설마 내가 통풍이라고?
악화된 발목 통증 때문에 결국 정형외과 병원을 갔습니다.
첫날은 엑스레이와 간단 검사를 하고 통풍 확인을 위한 채혈을 하고, 반깁스와 항생제 처방을 받고 왔습니다.
이때만 해도 통풍이라는 병(?)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전에 뉴스에서 몇 번 본 것 같기는 하였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위 포스팅에 이웃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통풍이 의심된다는 댓글이었습니다.
걱정에는 감사하였지만 그래도 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무실이 2층이라 택배 집하 마감 전에 택배 박스를 1층으로 내려놓습니다.
이게 그나마 택배 기사님께 내가 하여 드릴 수 있는 유일한 호의(?)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계단으로 박스를 들고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무척 번거롭고 힘든 일입니다.
‘사장님~ 오늘은 제가 발을 다쳐서 2층으로 오세요’
깁스 사진과 함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일로 만나서 일하는 사이지만 이제 5년 차에 이다 보니 어디를 다치셨냐 하고 물으십니다.
어쩌고저쩌고 하여 이렇게 되었고 통풍 검사 중이고 며칠 뒤에 결과가 나온다 하였더니, 자신도 통풍 환자라 하시더군요.
맥주가 어쩌고, 발작(?)이 어쩌고, 재발이 어쩌고 경험자(?)답게 자세히 설명하여 주시더군요.
이 모든 것들이 세상 처음 듣는 이야기들입니다.
저의 상태를 들이시더니 통풍은 아닌 것 같다.
통풍이면 엄청난 통증으로 아무 일도 못한다.
걱정하지 말라.
이렇게 걱정하지 말라는 걱정만 남기고 가셨습니다. ^^
통풍 검사 결과
치료 2회차이자 통풍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입니다.
수많은 걱정과 수많은 공포로 인하여 잠을 거의 자지 못하였습니다.
깁스를 한 다리로 인하여 뒤뚱거리며 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주말 토요일이었지만 나도 제법 일찍 도착하였는데도 먼저 진료를 보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발의 붓기를 확인하고 몇 가지를 확인하더니 ‘통풍입니다’
수치가 8. 몇이라고 하고 부연 설명을 하여 주셨지만 뭐라고 하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통풍 치료와 관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세상 모든 걱정들이 어깨 위로 쏟아집니다.
오늘은 무슨 무슨 치료를 할 것이다 하였지만 역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멍한 상태로 치료실로 이동하였습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하였는데, 발목에 물이 찼는지 주사기로 누런 물을 빼 내었습니다.
기억으로는 작은 주사기로 두세 번 빼낸 것 같습니다.
내 평생 내 몸에서 주사기로 물을 빼낸 것이 처음입니다.
역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치료를 위한 주사를 맞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발목이 많이 편해질 것이다 합니다.
물치 치료실(?)로 이동해서 냉찜질과 뭔지 모르는 첫 번째 사진 치료를 받았습니다.
약 30분 정도 누워 있으면서 정말 별의별 수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주말에 쉬어 본 적이 없는데 바로 집으로 갔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여야 할까?
발이 아프다고 꽤 여러 번 글을 올렸는데, 왜 통풍 의심을 하라는 댓글이 한 번도 없었을까?
발 통증에 대한 그렇게 많은 영상을 보면서도 왜 통풍 의심을 하지 못했을까?
작년 금연을 하면서 금주는 하지 못했을까?
맥주를 마시면 통풍에 걸린다고 왜 아무도 말하여 주지 않았을까?
그럼 치맥 축제는 통풍 축제가 아닌가?
통풍을 받아 들이자
어떡하겠어 받아들여야지.
하긴, 그렇게 수십 년을 매일 소맥을 쳐드셨으니 어디가 고장 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지금까지 아프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다.
발작이 오면 무서운 통증이라던데, 아직 오지 않은 건지 이렇게 온 건지 모르겠지만 그럼 다행이다.
담배도 끊었는데, 이참에 술도 끊어 보자.
죽을 병은 아니라자나.
이렇게 저와 통풍과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